주련을 아시나요?

주련(柱聯[기둥주, 이을련])은 시구나 문장을 종이나 판자에 새겨 기둥에 걸어 둔 것을 말합니다.
주련은 정서적 분위기를 고무시켜 건물의 격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한자는 글자 자체가 미적 요소를 지니고 있어 기둥에 걸어 두는 것으로도 큰 장식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주련의 시문 내용을 안다면 건축물의 시각적 매력뿐만 아니라 그 건축물이 풍기는 분위기와 머물 때
의 정서를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매력적인 건축 장식은 한자 문화권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주련은 글을 쓴 사람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는 관지(款識)나 도서(圖書)가
찍혀 있는 것이 있습니다. 서체는 해서보다는 행서, 초서 또는 전서가 많습니다.

해천재의 주련

佛燈明滅曉鷄呼 불등명멸효계호

불등이 깜빡임 속에 새벽 닭 울음소리

 

忽聽磬聲深有感 홀청경성심유감

홀연히 들리는 쇳송 소리에 쓸쓸한 이 마음

 

身世依然海一漚 신세의연해일구

내 신세 예나 이제나 바다속의 물거품 하나

 

鳳衰何必望窓梧 봉쇠하필망창오

봉황이 쇠한 세상 어찌 꼭 창오를 바라리오

 

五榜門生摠俊才 오방문생총준재

다섯 번 과거의 문생들은 모두 뛰어난 인재라서

 

多參鳳沼與烏臺 다참봉소여오대

봉소와 오대에 많이 참여하네

 

莫言今日無相送 막언금일무상송

오늘 전송하는 이가 없다고 말하지 마시오

 

得此髥劉酒數杯 득차염유주수배

이렇듯 수염 많은 유군과 함께 술 몇 잔 마셨다오

강릉유씨시조 재실 기둥에 걸린 주련의 사연, 
유창의 스승인 목은  이색의 유배 詩
장잔음長湍吟

 

 

1389년(공양왕 원년)12월 초하루 이다

 

11월 기묘일에 공양왕이 왕위에 오른 지

 

보름만이었다

 

1388년 6월 이성계의 일파에 의하여 우왕이

 

폐위되고 그의 아들 昌王창왕이 즉위하였다

 

이성계는 이해 4월 명나라가 요동에 철령위를 세우

 

것에 반대하여 단행된 요동정벌의

 

우군도통사가 되었다

 

그러나 좌군도통사인 조민수를 설득하여 위화도에서

 

회군하였으며,고려왕조를 수호하려는 구파 군벌의

 

대표인 팔도도통사 최영을 실각시키고 고려의

 

모든 군사권을 쥐었다

 

대장군이었던 조민수는 목은에게 의견을 물어

 

1388년 4월 昌王을 옹립하게 되었다

 

이후부터 이성계 일파는 昌王창왕의 즉위에 가장 큰

 

역할을 하였던 목은을 일제히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창왕이 즉위하고 10월 명나라에 목은이하 정사를

 

자청하여 들어가 고려의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였으나,성과는 없었다

 

이미 이성계는 자신의 아들인 李芳遠을

 

서장관으로 함께 보내 견제하도록 하였다

 

1389년 봄 명나라에서 돌아와 昌王을 뵙고,다시

 

다시 여주에 머물고있던 우왕을 찾아가

 

경과를 설명하였다

 

목은이 명나라에 갔다 온 이후 끊임없이

 

탄핵에 시달리기 시작하였는데, 창왕을 세우도록

 

하였다는 것과 여주에 가서 우왕을 만났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昌王이 王氏가 아닌 辛氏라고 주장을 하면서

 

목은이 고려의 정통성을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존재만으로도 고려 왕조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목은을

 

축출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목은은 1389년 12월 초하루 둘째 아들 種學과

 

함께 관직을 박탈당하였으며,나흘 뒤인 12월 5일

 

장단長湍으로의 귀양이 결정되어

 

6일 장단長湍으로 출발하였다

 

기사년 12월 6일에

 

순위부巡衛府의 제공 提控인 朴爲生이 와서

 

신에게 장단의 새로운 거처에서 지내라는

 

內敎를 전하였다

 

신은 대궐을 향하여 숙배 肅拜를 하고는

 

두 분 시중에게 글을 올린 다음에

 

제공과 작별을 하고 말에 올랐다

 

대덕산 아래에 이르렀을 때 날이 벌써 저물었으므로

 

感應寺에 들어가서 방을 빌려 자는데,門生

 

문생 劉敬이 술 한 말을 가지고 와서 위로해 주기에

 

잇달아 몇 잔을 마셨더니 약간 취기가 돌았다

 

잠자리에 들어서 새벽까지 잤다

 

그 절의 승려가 아침 예불을 하느라 치는

 

경쇠소리를 듣고 詩시를 지었다

 

그때 지은 詩 8수가

 

강릉유씨시조 묘역내 해천재 건물 기둥에 걸려있다

 

그 주련의 내용은 문희공 유경劉敬의 스승인

 

목은 이색이 귀양가는 도중에 지은 시 다

 

이 내용 중 수염많은 유군은

 

江陵劉씨氏의 득관조 문희공 劉敞을 말한다

 

유경劉敬은 유창劉敞의 고려 때의 이름이다

 

조선개국 태조 3년 부터 유창劉敞으로 개명하였다

 

목은 이색이 유배 도중 첫날 밤, 

 

착찹한 마음의 소회를 읊은 詩가 바로 해천재의 주련의 내용이다.